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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글. 결혼에 대한 생각

  • Jinhee Kim
  • 9월 15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8일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 주요 관심은 결혼이다. 최근에 한 크리스챤 데이팅과 결혼 관련한 유튜버의 영상에서 '교회 내 노총각, 노처녀들이 늘어가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결혼과 출산의 사명을 소홀히 여기는 세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을 보면서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평소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배우자를 찾아야된다고 강조해온 유튜버가 나이 많은 싱글들을 향해서는 눈을 낮추고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을 너무 기다리지 말고 결혼을 사명으로 여기고 기꺼이 십자가를 진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해야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의아한 부분들도 있지만, 내게 경각심을 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나는 결혼에 대한 관심을 늦게 가졌다. 아니, 결혼 생활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내가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늦게 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미성숙하게 많이 다투셔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혼자 다툼의 이유와 해결책을 분석하며 글을 썼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책을 비롯하여 결혼과 남녀 관계에 대한 기독교 서적을 많이 읽었다. 어릴 때 결혼을 준비하기 위한 결혼 공부가 아니라 결혼할 때를 대비한 결혼 공부를 한 것이다. 당시 나에게는 결혼은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컸고 긍정적인 상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지금은 부모님이 잘 지내신다.)


내가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내 여동생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이다. 내 동생 부부 뿐만이 아니라 주변 가정에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가정의 행복이 부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 서른 둘일 때, 크리스챤 데이팅 앱을 통해서 거의 유일하게 보였던 크리스챤 한국인을 만나서 교제했고, 코로나 기간 동안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게 되어 헤어졌다. 그리고 2022년 10월에 애틀란타로 이사를 왔다. 이 때는 교제를 통한 배움도 생기고 결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지만, 내가 이미 나이가 많고 내성적이어서 그런지 이성 교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엄마는 젊을 때 나를 낳으셔서 딸 넷을 낳으셨고, 내 여동생은 아들 둘을 "집에서" 건강하게 낳았는데 ㅎㅎ 나는 싱글로 예상치 못한 나이를 맞게 되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라고 성경에서 하신 말씀처럼, 이젠 믿음의 가정을 세우는 일은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자녀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권장하고 가르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는 사명도 중요하겠지만, 부부가 서로를 이 세상 끝날까지 사랑하겠다고 하나님 안에서 약속하는 언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사랑을 약속하고 그것을 목표로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상대를 만나야 되겠고, 그건 나이와 상관없이 중요한 일이다. 결혼해야 하기 때문에, 혹은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의 요구에 떠밀려,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 없이 내 결단으로만 억지로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리 채프먼이 쓴 '다섯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이 있다. 커플이 서로 각자 필요로 하는 사랑과 주려고 하는 사랑의 언어가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책에서는 다섯가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난 그 영역은 아주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사랑한다. 그런데 나는 활발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나를 할퀴거나 상처를 입힐 것이 두렵다. 보기에는 너무 귀엽고 예쁜 동물들이지만, 그들과 사랑으로 소통하면 더 나에게 활발하게 다가와서 상처를 입힐까봐 공포스러워 도망다닌다. 한때는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내게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애완 동물을 사랑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애완 동물에 대한 사랑이 아주 각별해서 삶, 감정, 관계에서 아주 크고 특별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런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랑일 것이다.


나는 음악을 오랫동안 공부해왔다. 그건 내가 어떤 성취욕이 있다기보다는 음악이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해서 중학교 때부터 우울감을 종종 느꼈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은 음악이라는 선물을 주셨고, 대학 입학 과정에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인도하심을 경험했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게 된 것이 하나님의 나를 향한 사랑의 표시 같은 거였다. 그런데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나의 삶과 음악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세상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나를 증명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잘못된 방향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악은 하나님의 나를 향한 특별한 사랑이고, 누군가가 이 마음을 공감해주고 음악인으로서 격려, 존중해줄 수 있다면 그게 내가 상대에게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이다.


누구든지 성향/기질이나 환경에 의해서 생긴 연약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야곱은 태에서부터 쟁취욕과, 형을 속이는 연약함이 있었다. 하나님은 그를 단련시키셨고, 더이상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로 '겨루는',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이름을 바꿔주셨다. 나의 연약함은, 가끔 사소한 일이 크게 다가오면서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감정적으로 느껴져서 시작된다. 하지만 관리할 수 있는 정도의 우울감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에 그것을 인정하고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면 얼마 지나면 잘 빠져나온다. 빈도도 많이 줄었다. 그런데 비슷한 약점을 가진 상대를 만난다면.. 내가 가끔 사소한 일로 마음이 쓰일 때, 긍정적인 에너지보다는 같이 다운되는 사람을 만난다면 힘들 것 같다. 나는 원래 많이 내성적이었는데 많이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나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잘 발휘된다면.. 그게 내가 상대에게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이다.


그래서 내가 이성에게 중요하게 보는 것은.. 나와 상대가 각자 필요로 하는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꼭 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언어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각자 필요로 하는 언어로 채워줄 수 있는지 (그런 노력을 하는게 어렵지 않은지..)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의 필요를 온전히 채워주실 수 있는 분은 하나님 한 분이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필요를 살피고 이해와 기도와 사랑의 마음으로 돌볼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감사가 자연스럽게 생길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본연의 모습을 찾고 성장, 성숙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게 돕는 배필이 아닐까?


그런데 내가 이제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너무 기적같은 일이어서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도해야겠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정을 이룰 수 없다면, 논문 디펜스 끝나고 한국에 가는 것도 고려해야겠다. (사실 논문은 한국에서도 쓸 수 있기에 한국으로 가는 것을 일찍 고민할 수도 있었지만 미국에 있었던 몇가지 요인들이 있다.) 나는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가 필요한데, 언제까지나 싱글로 교회 청년부 동생들과 지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동생들이 예쁘고 좋지만..) 그래서 앞으로 미국에 있을지 한국으로 들어갈지, 그리고 결혼에 관해서 기도하면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고 준비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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